어익후 오래간만이로군요. 단순히 출국 후에 바빴다거나 하는 이유로 블로그에 손을 놓아버린 것은 아니고, 제가 머무르는 곳 컴퓨터에 아무리 기를 써도 한글을 읽을 수 있도록 설치할 수가 없어서 말이죠. 얼음집에 들어와 애타게 바라보지만 보이는 것은 상형문자. 다행히 지인의 도움으로 윈도우즈 CD를 가져와서 어쩌구...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친 뒤에 이제는 한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있게 되었답니다. 이 곳에 자리잡은지 장장 두 달만에 말이죠. 만쉐이.
이 곳은 위니펙. 매니토바 주의 주도랍니다. 사실 저만 해도 캐나다라고 하면 토론토나 벤쿠버, 몬트리올을 가장 먼저 연상했었는데요. 캐나다에서 네번째인가 다섯번째로 큰 도시라는군요.
그 동안 이리저리 구경도 많이 다니고 들은 것도 많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차차 풀어놓도록 하죠.
가장 큰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날씨죠. 암요.
출국 전에 잔뜩 겁에 질려 있었는데, 그 이유는 캐네디언들이 추울 땐 영하 50도까지 내려가기도 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기 때문이죠. 짐을 싸면서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는데 알고 있는 이 곳의 모든 캐네디언들이 메일을 보내서 두꺼운 옷은 가져오지 말라고, 그래봤자 여기에선 안 먹힐테니 도착해서 사는게 낫다고 하더란 말이죠. 그래도 어디 그럴 수 있나요. 걱정이 태산이던 엄마에 의해 뭔가 새털이 잔뜩 들은 자켓 두 벌을 캐리어에 힘들게 우겨넣었습니다.
막상 도착했더니 이건 뭐 한국보다 따뜻하데요. 이거야 원 배신감이 싸닥션을 후려치더군요. 너 이놈의 색히들 괜히 오바해서 나 고생만 시켰어. 거기다 한술 더 떠서 이 곳의 친구들이 환영 인사로 각종 보온 용품들과 의류를 앞다투어 선물하더란 말이죠. 주는거 거절할수도 없고 이거 뭐. 덮으면 거의 질식할 것 같은 담요에다 얼굴 옆에서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추위에 소리까지 차단해 버리는 귀마개 등을 끌어안고 난감해 하고 있었는데.
아 그게 불과 일주일 전이었는데. 갑자기 날씨가 팍 추워지더니 눈이 내린단 말이죠. 사실 이게 첫 눈은 아닌데 그땐 별로 춥지도 않았고 눈도 얼마 안 내려서. 우리나라는 눈이 오는 날은 별로 안 춥잖아요. 근데 캐나다 하늘은 뭐가 잘못된건지 눈과 바람 콤보가 연타를 날려주네요. 눈보라가 미친 듯이 치고 있어요. 3일 동안요.
아침에 창 밖을 내다보면 완전무장을 한 캐네디언들이 출근하기 위해 거의 삽만한 긁개를 들고 나와서 부지런히 차유리를 긁어대는 모습을 볼 수가 있어요. 눈이라도 마주치면 쾌활하게 "안녕 리코. (물론 제 본명이 리코는 아닙니다) 드디어 겨울이 시작됐는데. 좀 춥지?"라고 인사들을 건넵니다. 상냥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하고 싶지만 입이 얼어 있어서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밖이 하얗게 보이는데요. (지금은 밤인데도 말이죠.) 이러다가 이곳이 고립되는거 아닐까 싶은 걱정마저 듭니다. 필요한 것도 없는데 장 봐둬야 하는거 아닐까 싶어 안절부절하는데 캐네디언들은 코웃음만 치네요. 작년 겨울이 따뜻했으니 (도대체 여기 기준으로 따뜻하다는게 어떤건지 모르겠어요) 이번 겨울은 유난히 더 추울텐데 벌써부터 그러면 어떡하냐고 걱정들을 해주는데 별로 고맙지가 않네요.
그저께는 눈보라를 뚫고 친구들과 바에 갔어요. 갔는데 엄훠. 나만 빼고 여기 여자애들 전부가 완전히 헐벗은거야. 끄악. 저도 헐벗는거 좋아하지만 그건 여름 얘기고 펍에서 술마시다 동사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여기 애들은 아무리 헐벗어도 겉에 코트 하나만 입으면 외출 준비 끝. 위에는 자켓 입었으니 그렇다 치고 다리에 줄만 그어놓은것 같은 망사 스타킹에 하이힐을 신고 거의 무릎까지 쌓인 눈을 푹푹 밟고 다니는걸 보면 신이 캐네디언을 창조할 때는 안에 가죽 하나를 덧대셨나 하는 생각마저 듭디다.
그동안 별로 춥지 않았다고 뭐야 캐나다 별 거 아니잖아 라고 생각했던 것을 하늘이 비웃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동안 포스팅에 손을 놓고 있었던 관계로 할 말이 이래저래 많지만 역시나 코덕답게 화장품 얘기를 먼저 해야죠.
출국 전에 이래저래 기대가 많았습니다. 호주에 머물때의 경험으로 미루어 피부에 잘 맞는 기초제품들은 넉넉하게 챙겼구요. 여기서도 구할 수 있는 브랜드는 제쳐두고 한국의 로드샵 브랜드 메이크업 제품 위주로 짐을 쌌습니다. 우리나라 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이 색상도 예쁜데다 혹여 망가지거나 짐이 되어 버리게 된다고 하더라도 가슴을 치며 비통해하진 않을 테니까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일주일에 세네번 정도는 풀메이크업을 하고 외출을 하는데요. 여기 캐네디언이 너 섀도 색깔 참 이쁘다고, 그거 여기서도 구할 수 있는 거냐고 하는 질문을 두 번 들었던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에뛰드하우스 황금 비율 반짝 눈물파우더' 카키색인데요. 사실 피그먼트라던지 가루 섀도 제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쓰다가 싫증나면 버리고 와야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했던 것인데 다들 이쁘다고 하니 마음이 바뀌어서 소중하게 대접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예쁘다고 한 친구에게 선물로 줄까도 싶었는데 카키색 섀도가 이거 말고는 없어서.
아이라인 대충 그리고 이거 슥슥 문지른 다음에 골드 계열 섀도나 하이라이터로 윗 눈꺼풀 중앙에 살짝 찍어주기만 하면 꽤 공을 들인 듯한 화장으로 보여서 맘에 듭니다. 펄이 예쁘긴 해요. 물론 화장 마지막 과정엔 눈 밑에 우수수 떨어진 가루를 조심스럽게 털어내는 과정이 추가되긴 하지만 말이죠.
출국 전에 작정하고 있던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Olay의 자외선 차단 로션인데요. 어찌나 기대가 컸던지 캐나다 도착해서 시차 때문에 밤 꼬박 새우고 다음날에 곧장 드럭 스토어로 달려갔습니다. 사실 그때야 여기 지리를 잘 몰랐으니 지인에게 데려다 달라고 한건데요. 가격도 싼데다 할인까지 날리고 있어서 엄청 기뻤음에도 불구하고
바르자마자 얼굴이 따갑더군요. 뭐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고 참았는데요. 한 시간쯤 지나서 얼굴에 빨갛게 뭐가 돋아나더군요. 안돼 이럴 순 없어. 얼마나 기대했는데 하고 피부를 로션에 적응시켜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엔 포기하고야 말았습니다. 클래식 로션은 얼굴에 잘 맞았으니 자외선 차단 성분 중에 뭔가 내 얼굴에 안 맞는게 있나봐요. 그게 아니더라도 저는 향을 중시하는 편인데 향도 그렇고 사용감도 약간 기름져서 실망이 컸지요.
Olay에 기대를 너무 걸고 있어서 자외선 차단 제품을 하나도 챙겨오지 않은터라 뭐라도 새로 마련해야 했는데요, 이래저래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지금은 Biore Dual Fusion 자차 겸용 로션을 쓰고 있습니다.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된 기념으로 리뷰를 찾아보려 했는데 한글로 작성된건 없네요. 한국엔 없는 제품인가 봐요.
얘는 일단 얼굴에 잘 맞는 것 같고 기름지지 않은데다 SPF 30이라는 높은 자외선 차단 지수를 자랑합니다. 거기다 신기하게 생겼는데요. 겉으로 그냥 보기에는 펌프식으로 된 그냥 로션 같은데 나오는 구멍을 들여다보면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펌핑하면 연두색과 하얀색이 각각의 구멍에서 나오구요. 아마도 연두색은 로션 부분이고 하얀색은 자외선 차단제가 아닐까 싶어요. 굳이 두 부분을 섞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도 나름 참신한데다 얼굴이 따갑다거나 뭐가 난다거나 하는 눈에 띄는 부작용이 없어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데일리로 사용하고 있으니 금방 동이 날 텐데 이 아이를 끝내면 자차 함유 로션으로 뭘 사용해야 할지 벌써 걱정이네요.
화장품 얘기만 해도 아직 한참 남았는데 이대로 계속 떠들다가는 끝도 없을 것 같아서 나머지는 다음으로 미뤄야겠어요. 여기 하늘은 미쳤나 아직도 눈이 오네요.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적응 안 되는 존댓말을 쓰고 있을까요.
너무 오랜만에 포스팅을 해서 감을 잃은 걸까요. 아니면 한국말을 써본지 오래되어서 어색한 걸까요.
아이고 읽어보니 내가 닭살이 다 돋네. 이 느끼함은 다 뭐야. 손가락이 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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